PR 전문 월간지 THE PR 2016년 9월호에 게재된 칼럼 내용입니다.



지난 6월 초, 미국의 온라인 미디어인 <버즈피드(buzzfeed)>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대선광고 진행을 거절했다. 그에 앞서 지난 4월 미국 공화당전국위원회(RNC)와 체결했던 130만 달러( 155200만원)짜리 광고를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자 취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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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광고 게재를 거부한 버즈피드의 조나 페레티 CEO.

버즈피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조나 페레티(Jonah Peretti)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광고 취소 결정은 ‘직원’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이후 무슬림 이민 금지를 주장하고, 이민자 후손들을 공격하는 등 직원들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위협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인터뷰와 함께 패레티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RNC와 대선광고 계약을 맺은 뒤 트럼프가 사실상의 공화당 대선후보가 됐습니다. 그의 선거운동 기조와 내용은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독특합니다.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지지하며 여성과 이민자, 이민자 후손, 그리고 외국인들을 폄훼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중요한 일을 하는 데 필수적인 수익을 거절하는 것을 분명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예외를 둬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담배광고를 받지 않습니다. 이와 똑같은 이유로 우리는 트럼프 광고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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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즈피드가 트럼프 대선광고 집행을 거절한 것과 관련, 페레티 CE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



기업이슈 넘어 사회문제에 관여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이같은 ‘CEO 행동주의’ 사례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CEO 행동주의는 기후변화, 소득불평등, 동성결혼, 이민, 인종차별 등 기존에 정치인, NGO, 시민단체 등이 주도적으로 이슈 메이킹을 해왔던 사회문제에 기업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전략적 의사결정과 실제 행동을 의미한다. CEO 행동주의는 기업 비즈니스의 매출 신장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리더의 사회 이슈 동참으로 해당 기업에 대한 긍정적 명성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Salesforce) CEO인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요즘 세 번째 정치적 단체들이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기업 CEO 그룹이다”고 언급한바 있다. 한마디로 북미에서는 CEO 행동주의라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CEO 행동주의는 여행으로 일가를 이룬 칼슨 컴퍼니스(Carlson Companies)의 최고경영자 메릴린 칼슨 넬슨(Marilyn Carlson Nelson)이 인신매매에 대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등장했다. 2004년 당시 그녀가 CEO 행동주의를 펼쳤을 때, 업계에선 여행과 환대(hostility) 등 사람들의 행복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는 CEO로서 적절치 않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넬슨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동청소년 매매의 사회적 이슈화에 적극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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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쿡 애플 CEO는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 AP/뉴시스

최근에도 CEO들의 행동주의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스타벅스 CEO인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매장 내 총기 소지자의 출입을 금지했고, 2년 후 애플의 CEO인 팀 쿡(Tim Cook)은 자신의 고향인 앨리바마주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지 않고 성적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올해는 100명 이상의 CEO와 비즈니스 리더들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가 학교와 공공시설 내 화장실을 사용할 때 성적 정체성이 아닌 출생증명서상의 성별을 따르도록 강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공개 항의서를 내기도 했다.


행동하는 CEO 향한 대중의 생각 

북미에서 CEO 행동주의가 기업 및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게 되자 글로벌 PR회사 웨버샌드윅은 KRC리서치와 함께 18세 이상 미국인 1027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주요 5가지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CEO 행동주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기는 하지만 항상 호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응답자의 열에 넷(38%) CEO가 사회적 이슈 관련 공개적으로 의사를 밝히는 것에 대해 호의를 갖고 있으나, 더욱 많은 답변자(43%)들이 반대 의견을 표했다. 특히, 해당 CEO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이슈에 대해 CEO 행동주의를 보였을 경우 호의도(20%)는 일반적인 호의도(31%) 보다 낮았다. 이는 기업 비즈니스와 연관되지 않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왜 CEO가 행동주의적 관점을 보이는지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EO 행동주의는 사람들의 구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열명 중 네 명(40%)의 미국인들은 CEO 행동주의에 동의할 시, 해당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며 반대의 경우 구매하지 않는다(45%)고 답변했다. 2014년 ‘동성애는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며 커밍아웃한 애플 CEO 팀쿡의 행동주의는 동성 결혼 지지자들 사이에서 애플 제품 구매 의도를 높인 바 있다. 

사회 현안에 본인 의견을 표현해왔던 스타벅스 슐츠 회장은 2015 3월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 캠페인을 벌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2015년 초 흑백갈등이 불거지자 슐츠 회장은 스타벅스 커피잔에 ‘Race Together(모든 인종이 다 함께)’라는 문구를 새겨 넣도록 했는데 스타벅스가 사회 갈등을 마케팅에 활용한다는 역풍을 맞아 한 달 만에 접었다. ▷관련기사: 스타벅스의 ‘정치적 CSR’은 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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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는 총기소지와 인종차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P/뉴시스

CEO 행동주의는 기업 충성도를 테스트한다
CEO 행동주의를 적극적으로 펼칠 경우, 직원들의 26%는 충성도를 보이지만 19%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33%의 직원들은 별 다름이 없다고 답했고, 22%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CEO 행동주의는 기업 내 직원들 간의 불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미국인들은 CEO 행동주의를 펼치는 리더의 의도에 의구심을 갖는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이슈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CEO의 이타주의에 대해 일반 공중들은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응답자의 36% CEO 행동주의는 다분히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라 생각하며, 이어 21% CEO 개인의 명성관리를 위함이라고 답변했다. 단지 14%만이 우리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것이라고 봤다. CEO 행동주의를 진행하는 의도가 확실하지 않으면 도리어 의심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 해결에 동참하는 CEO가 목표하는 바를 확실히 커뮤니케이션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CEO 행동주의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18~35세의 밀레니얼 세대는 행동주의를 보여주는 CEO가 속한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등 호의감을 보여주고 있다. CEO 행동주의에 대해 베이비부머 세대(52~70) 14%, X세대(3~-51) 21%가 충성도가 높아진다고 답한 반면, 밀레니얼 세대(34%)는 가장 높은 충성도 변화를 나타냈다. 이는 소셜미디어로 연결된 환경에서 자라온 자신과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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